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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는 절뚝거리면서 양호실을 향했다. 다친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려 양말은 이미 피로 흠뻑 젖었으며 공기 중에 계속 노출되어 있는 상처는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올 만큼 쓰라렸다.
양호실에 도착해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자 있으라는 양호 선생님은 없고 침대에 누워있던 누군가가 부스스 일어났다. 누워있느라 뒤로 뻗친 머리를 꾹꾹 누르던 그 사람은 에이스의 무릎에 상처가 있는걸 보고 이쪽으로 오라며 손을 까닥거렸다. 에이스가 쭈뼛거리며 그쪽으로 다가가자 의자에 앉힌 다음 자연스럽게 구급상자를 가져와 치료하기 시작했다.
“쓰읍....”
소독약을 대자마자 고름이 섞인 거품들이 몽글몽글 일어났고 쓰라림에 에이스가 낮게 신음하자 상처를 치료해주던 그 사람은 손을 잠시 멈칫하더니 약간은 조심스런 손길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에이스는 상처를 치료해주는 사람을 흘끗 쳐다봤고 그가 선생은 아니라는 것은 확신했다. 옷을 입고 있는걸 보아하니 학생인 것 같은데 귀에는 도대체 뭘 그리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건지. 학생이라 쳐도 수업시간인 지금 왜 양호실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던 거지? 에이스는 생각하느라 어느새 치료가 끝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치료가 끝나도 에이스가 일어나질 않자 상처를 치료해주던 사람은 상처를 가볍게 툭 쳤고 몰려오는 아픔에 에이스가 으악!!!하고 소리 지르며 앞을 쳐다봤다. 그 사람은 치료 끝났다, 하고 내뱉으며 종이를 주며 이름하고 학번을 적고 가라고 말하곤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도대체 뭐야 저놈은.... 에이스는 학번을 휘갈겨 적고 다시 절뚝거리며 축구가 한창인 운동장으로 돌아갔다.
“야, 에이스. 너 거즈 새로 갈아라. 거즈가 피범벅이야”
사보는 에이스한테 음료수를 건네주며 말했다. 에이스는 몸을 약간 뒤로 빼 자신의 무릎을 바라봤고 겨우 2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거즈가 더 이상 피를 흡수하지 못하는 걸 보고 쯧, 혀를 찼다. 사보는 에이스의 상처를 안쓰럽게 보면서 아까 체육시간에 에이스에 태클 건 놈을 죽일 듯 째려봤다.
수업 종이 쳤지만 에이스는 찝찝함에 양호실 간다하며 일어났고 쌤 오면 양호실 갔다할테니까 치료 제대로 받고와라 라고 사보가 말하자 에이스는 고맙다고 내뱉곤 다시 절뚝거리며 양호실로 향했다.
“뭐야, 또 너냐”
“......양호 쌤은?”
양호실로 들어가자 보이는 건 이번엔 자신이 무슨 선생이라도 된 듯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을 보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아까 그 녀석이었다.
"선생님은 오늘 하루 출장이시다. 거기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앉지 그래“
에이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앉았고 그 사람은 다시 에이스의 치료를 시작했다. 거즈를 떼어내고 소독을 다시 한 뒤 약까지 꼼꼼히 바르고 다시 거즈를 조심스레 붙여줬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상처를 치료하는 세심한 손길에 에이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녀석이 양호부원인 것을 그제야 눈치 챘다. 하긴, 양호부원도 아닌데 양호실에 있을 리는 없겠지.
“포트거스 D 에이스”
“......어어...?”
뭐야, 저놈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에이스는 의심스런 눈길로 교복 바지에 한쪽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있는 녀석을 쳐다봤고 그 녀석은 아까 에이스가 이름과 학번을 적은 종이를 손으로 툭툭 쳤다.
“내 이름은 트라팔가 로우다. 그리고 너와 같은 학년이지. 그러니 관찰하는 시선은 그만두지 그래?”
“뭐,....? 허....허 참!! 내가 언제!!!”
에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픔도 무시하고 양호실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왠지 모르게 뒤에서 큭큭 대는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헛것을 들은 거라며 무시했다.
아침에 집을 나오기전 새롭게 상처를 소독하고 밴드까지 붙인 에이스는 오늘은 양호실에 갈 필요가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에이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지만 아침에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복도에서 사보에게 장난을 건답시고 날아올라 사보를 덮쳤으나 운 좋게 피한 사보 때문에 에이스는 차가운 복도 바닥과 인사해야했다. 그리고 두 팔꿈치가 퍼렇게 멍들고 손가락 또한 삐어서 퉁퉁 부어오르고 있었다. 사보는 그런 에이스를 부축하며 한심하단 눈으로 에이스를 쳐다봤다.
“아이고, 크게 다쳤네.”
“으으...쌤....죽겠어요....아마 저는 곧 죽을거에요....”
“머리도 다쳤냐, 수업시간 곧이니까 빨리 치료받고 가자.”
사보의 말에 팔을 양호선생님에게 맡기고 있던 에이스가 씨익 웃었다. 설마, 하며 사보가 쨀 거냐? 하고 물었고 에이스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도 다쳐서 필기도 못한다며 찡찡 댔다.
“징그러 인마. 에휴, 맘대로 해라- 그럼 난 올라간다?”
“그래, 쌤한테 내가 완전 두 팔이 아작 났다고 해줘!!”
사보는 킬킬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교실로 올라갔다.
에이스는 멍든 곳에 약을 바르고 접질린 손가락을 지지대로 꽁꽁 감싼 뒤에 양호선생님의 허락 하에 침대 속으로 꾸물꾸물 기어들어갔다.
“으아, 침대 존좋”
“말 좀 예쁘게 써라.”
양호선생의 말에 에이스는 헤헤 웃다 무언가 생각난 듯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아! 아!!! 쌤!!! 양호부원 중에 트라...트라...트래풀이란 녀석 있어요?”
“트래풀?.....설마 트라팔가를 말하는 거니?”
“아아~네! 그 이름이었어요!!”
양호선생님은 그럼. 양호부의 대장인걸, 하며 웃어보였고 에이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을 죽 내밀었다.
“그 녀석 근데 어제 막 수업시간에 양호실에 자고, 쌤 책상에 앉고 막 그랬다고요.”
“그거 내가 부탁한 거야, 내가 출장을 가니까 양호실을 맡아달라고.”
그런 게 가능한가…….에이스는 그래도 그 녀석 싫어요! 라고 말하곤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아까 복도와의 인사를 너무 격렬하게 한 탓인지 온 몸이 쑤셨다. 사보 나쁜 자식....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사보 욕을 하며 에이스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선생님, 뭡니까 이건.”
로우는 황당했다. 어제 일로 양호선생님과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수업이 끝나고 내려와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에 침대를 들여다보니.
“에이스라고 양호실 단골손님이지. 복도 바닥에 세게 부딪혔나봐. 양 팔꿈치는 멍들고 손가락까지 접질려서 왔다니깐.”
“겨우 그런거 가지고 여기서 쳐자빠져 자고 있는......하아....”
로우는 자신의 눈앞에서 코까지 골며 태평하게 자고 있는 녀석의 볼을 쿡 찔렀다. 그러자 에이스는 끄응, 소리 내며 몸을 틀었고 이불이 흘러내려 에이스의 상처가 보였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로우는 에이스의 상처를 관찰했고 도대체 어떻게 넘어지면 팔꿈치 속의 핏줄이 이렇게 처참하게 터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흐음.”
그러다 자신이 치료해줬던 무릎의 상처가 눈에 들어왔고 로우는 인상을 찌푸리곤 구급상자를 가져와 자고 있는 에이스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새로 상처를 치료한 것 같았지만 어떻게 하면 이리 엉망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 소독부터 다시 하는 로우에 아픔을 느꼈는지 에이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으악!!! 뭐야 시발!!!!!”
“가만히 있어라.”
에이스가 발을 빼내려고 했지만 로우가 좀 더 빠르게 에이스의 발목을 잡는 통에 에이스는 발을 빼내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로우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고 매우 뻘줌해하던 에이스는 그래도 로우가 마무리로 밴드를 붙임과 동시에 감사인사를 전하려했다.
“고마...”
“야 에이스 인마!!!! 그만자고 올라와!!!!”
“으악!!!!!!!!!!!!”
고맙다고 인사하려는 찰나 사보가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로우에게 발목이 잡혀있는, 언뜻 보면 이상한 구도인 에이스는 당황해 발을 빼내려 힘껏 발을 굴렸다. 그리고 그 힘에 못 이겨 로우가 에이스의 발목을 놓는 동시에 정확히 에이스의 발이 로우의 턱을 맞췄다.
“헉....야....미...미안하다...내가 일부러 그런 게...”
“치료해준 보답을 피로 갚는 거냐 네놈은.”
로우는 입술이 터졌는지 피를 닦아내며 답했고 에이스는 미안함에 발을 동동 굴렸다.
“진짜 미안. 내가 어...음...한턱 쏠게! 어? 야, 진짜 미안하다!!! 미안하다고오-!!!!!!!”
사보는 늦었다며 에이스의 뒷덜미를 잡고 양호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에이스는 끌려가며 끝까지 로우에게 미안하다며 인사했다.
“헉, 그러고 보니 나 걔 이름만 아는데...!!”
“누구?”
에이스는 다치지 않은 한쪽 손으로 열심히 밥을 먹다 문득 생각난 듯 소리쳤다. 날아오는 밥풀에 사보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만 에이스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그...왜, 아까 내가 턱 날린 놈.”
“아아, 트라팔가?”
어, 뭐야 너 아냐!!라는 에이스의 말에 사보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전교 1등이잖아.”
“엥? 네가 아니라?”
“이번에 뺏겼어.”
“푸핫!!!!! 꼴좋다, 그렇게 날 구박하더니!!!”
“조용히 해. 248등.”
“윽.....”
에이스는 기회라는 듯 사보를 놀렸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에이스의 전교등수를 말하는 사보에 의해 입을 꾹 다물었다.
에이스는 점심시간이 다 가기 전에 사보에게서 얻은 트....트.... 여튼 그 아이의 반 문 앞에 서 있었다.
“우씨, 뭔 놈의 이름이 이렇게 어려워. 아, 어이. 여기 다크써클 쩌는 놈 있냐.”
“다크써클.....?? 아아...로우 말하는 거면 양호실에 있을 거야.”
“그래? 고맙다!!!”
에이스는 다시 양호실로 내려가며 툴툴 거렸다. 이놈은 양호실 귀신이 붙었나, 허구한 날 양호실이야. 하며.
양호실 문을 열자 양호실에 빙 둘러 앉은 한 무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에이스를 쳐다봤다. 뭔 양호실에 이렇게 사람이 많지? 하고 생각하는 에이스였는데 옆에서 불쑥 손이 나와 에이스를 약간 구석 쪽으로 이끌었다.
“왜, 어디 아파?”
“어어......쌤. 뭐에요?”
“양호부원들 회의시간.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잠깐 기다려줘?”
에이스는 얼떨떨했지만 고개를 끄덕였고 회의 중인 양호부원들을 쳐다봤다. 그 중간에는 자신이 찾던 다크써클이 가운데 서서 무엇인가 얘기하고 있었다.
대장이라더니, 그런 것은 같네. 라며 생각하고 있을 때 회의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지, 란 말과 함께 로우가 이쪽을 바라봤다.
“그래서, 넌 또 무슨 볼일이냐. 포트거스야.”
“어......아! 아니아니 아까 내가 널 때렸으니까 말이야- 제대로 사과나 할까...”
로우는 표정 없이 에이스를 바라보더니 내일 내가 널 찾아가지, 란 말과 함께 양호부원들과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일방적인 통보를 당한 에이스는 저놈 뭐야!!라고 성냈고 양호 선생님은 그런 에이스와 로우가 재밌는지 웃으며 에이스 손의 지지대를 새로 고정시켜줬다.
“에이스, 에이스. 일어나봐. 누가 널 찾아.”
한바탕 점심을 먹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꿀잠을 자고 있는 에이스를 누군가가 깨웠다.좀비처럼 부스스 일어나 교실 뒷문으로 향하자 거기엔 로우가 서 있었다. 그제야 에이스는 어제 자신에게 찾아온다던 말이 기억났고 얼빠진 소리를 내는 에이스를 붙잡고 로우는 한턱 쏜다며? 라며 매점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이것도.”
“.....야.....”
로우는 에이스의 팔위로 과자를 한개 더 올렸다. 이미 한 아름 과자를 들고 있는 에이스가 울상이 되자 로우는 그런 에이스를 흘끗 보더니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두개를 집어 계산하라며 고개를 까닥였다.
지갑을 들고 절망하는 에이스에게 로우는 아까 집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넸다.
“내 돈으로 산걸 먹으라고 받아도 하나도 안 기쁘다고...”
로우가 그럼 내가 가져가지, 라고 말함과 동시에 로우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사라지고 어느새 아이스크림은 에이스의 입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다고 주는 걸 뺏어가냐. 근데 넌 뭐 이리 많이 사가?!?!! 너무한다고 생각안하냐??”
에이스의 말에 로우는 입안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더니 갑자기 에이스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황하는 에이스에 로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고 그 입술은 피딱지가 크게 앉아있었다.
“원한다면 터진 입 안쪽도 보여줄 수 있는데.”
“피....필요 없으니까 좀 떨어져!!!!”
로우는 피식 웃고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잠시 둘 다 말없이 복도를 걷다 방향을 틀어 양호실 쪽으로 가는 로우를 보고 에이스는 진저리쳤다. 진짜 양호실 귀신이라도 붙었나. 그런 에이스의 생각을 간파한 듯 로우는 네가 산 이 과자들 주러가는거니까 잔말 말고 따라오라고 하며 에이스를 끌었다.
양호실에 도착해 양호실을 지키고 있는 후배들과 선생님에게 과자봉지를 건네준 로우는 옆에 있는 에이스를 가리키며 이 녀석이 산거라고 말했고 얼떨결에 에이스는 잔뜩 감사인사를 받고 양호실에서 나왔다. 가끔은 딴 사람한테 사주는 것도 나쁘지않네라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헤헤 웃던 에이스는 몰려오는 손가락의 통증에 낮게 신음했다.
“아오, 아파라.....응?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너 손 좀 줘봐라.”
“난 그 눈빛을 아주 잘 알아! 사보가 내가 한심한 짓을 할 때 보는 눈빛이라고!! 공부 잘하는 것들은 그런 눈빛을 공유하기라도.......으악!!!!!!”
“네가 한심한 짓을 하는걸 알기라도 하니 다행이군.”
로우는 어제 접질린 에이스의 손을 꾹 눌렀다. 역시나 손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는지 지지대가 헐거워져있었다. 로우는 쯧쯧 혀를 차며 그 자리에서 에이스의 붕대를 풀러 다시 지지대를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한쪽 손을 로우에게 맡긴 에이스는 그런 로우를 가만히 보더니 로우가 붕대를 다 감자 그런 로우를 보고 활짝 웃었다.
“처음엔 좀 이상한 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좋은 놈 이었구나, 트래팔!!”
“트라팔가다.”
“그래그래, 어차피 뜻만 통하면 되는 거잖아?”
뜻이 통한다고 생각하냐. 에이스는 고개를 젓는 로우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 후로 에이스와 로우는 꽤나 친해져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기도 했고 가끔은 에이스가 로우의 반에 찾아갈 때도 있었다.
“트라폴! 나 과학책 좀!!”
“넌 언제쯤 내 이름을 제대로 외울 거냐.”
로우는 지겹다는 얼굴을 하면서 에이스에게 과학책을 건네줬고 에이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로우에게 받은 과학책을 좌르륵 훑어보면서 에이스는 역시 네 책 빌리기가 제일 좋아, 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야야, 네 책 빌려갈 때마다 사보가 경계의 눈빛으로 니 책 보는거 알아? 그래도 나 안 보여줬다! 엄청 착하지?”
“별로 상관없는데.”
“어허, 저번에 네가 1등을 뺏어서 사보 그 자식이 얼마나 눈에 불을 키고 공부하는 줄 알아?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엄청나게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에이스에 로우는 피식 웃더니 손을 들어 에이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쓰다듬었다.
“그래, 잘했다.”
에이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럼 난 간다!!하며 복도를 부술기세로 달려 나갔다.귀 끝이 붉어져오는걸 에이스는 두 손으로 붙잡고 식히려고 노력했다. 아니, 갑자기 거기서 웃으면서 머리 만지는 건 반칙이지!!! 점점 얼굴까지 붉어져오고 그걸 진정시키려 뛰어서 반에 도착한 에이스의 몰골을 본 사보는 어디서 머리라도 맞았는지 심각하게 에이스를 걱정했다.
“그러게 내가 이상하다고 먹지 말라고 했잖아.”
“으으...루피 이놈자식....도대체 유통기한이 한 달 지난 걸 왜 냉장고에 넣어둔거야....”
에이스는 더는 못 견디겠는지 양호실에 가서 누워있겠다며 일어났고 부축해주려 사보가 따라 일어나자 됐다며 손을 휘저었다.
배를 잡고 어기적어기적 양호실까지 간 에이스는 에이스의 몰골을 보자마자 바로 쉬라고 허락해준 양호 선생님 덕에 바로 침대로 들어가 끙끙 앓았다. 양호선생님은 에이스의 상태를 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내려와달라 말했다.
“에이스, 선생님이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워야하거든. 대신 양호부원 불렀으니까 약 좀 먹고 쉬렴. 알았지?”
“으윽...네....”
잠시 뒤,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고 양호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시 양호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가 나갔는지 볼 힘도 없어 에이스는 그저 눈을 감고 끙끙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뒤 쪽에 서 누군가 손을 넣어 에이스의 상체를 일으켰다.
“약이다. 먹고 자라.”
눈을 뜨니 로우가 물 컵을 에이스의 입에 댄 채 바라보고 있었고 에이스는 로우가 해주는 대로 약을 먹고 물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로우의 손에 의해 침대에 누운 에이스는 고맙다고 웅얼거리곤 잠에 빠져들었다.
로우는 수업준비를 하다 환자가 있는데 자리를 비워야하니 잠시만 맡아달라는 양호 선생님의 말에 담당 교과 선생님께 허락을 맡고 아무생각없이 내려갔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고 있는 사람이 에이스인걸 보고는 참 저렇게 자주 아프는 것도 재주다. 라고 생각하며 찬장을 뒤져 약과 물을 손수 에이스에게 먹였다. 군말 없이 잘 받아먹는 에이스가 안쓰럽기도하고 한편으론 귀엽기도 해 로우는 이불을 에이스의 목까지 끌어당겨주고 의자를 끌어와 에이스의 머리맡에 앉았다. 그리곤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픈지 끙끙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에이스의 땀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에이스는 이마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눈을 떴다. 시야의 끄트머리엔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로우가 보였다. 아픈 건 괜찮아졌지만 너무 갑자기 심하게 앓았는지 온 몸에 힘이 없어 그저 눈동자만 굴리며 조용히 로우를 관찰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시선을 받으며 로우는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에이스가 눈을 뜬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말도 없이 자신을 관찰할 건지 두고 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계속되는 시선에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들어 뭐, 하고 에이스의 눈빛을 되받아치자 에이스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너 새삼 잘생겼다.”
“...뭐?”
“잘생긴 건 알고 있었는데 그냥......잘생겨서.”
“아픈 게 배가 아니라 머린가.”
로우는 에이스의 이마에 있는 물수건을 눈까지 덮어버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뒤에서 에이스의 항의 어린 말이 들려왔지만 로우는 가뿐히 무시하곤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귓가가 뜨거운 게 열이라도 나나 생각하며.
점심시간의 운동장은 매우 시끄러웠다. 기운이 남아도는 남학생들 아니랄까봐 원래 축구를 하는 인원수를 훌쩍 넘어서도 다들 어떻게 끼어서 열심히 발을 굴리고 있었다. 로우는 창가 쪽에 앉아 책을 읽다말고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에이스는 그 무리들의 가운데에서 열심히 소리치고 있었다.
로우는 턱을 괴고 눈으로 에이스를 좇았다. 에이스는 이름 그대로 그 무리들 중에서 에이스였는지 운동장을 한껏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그런 에이스를 막느라 육탄전도 아슬아슬하게 일어났다. 로우는 혀를 끌끌차며 왜 양호실 단골손님이 됐는지 납득했다. 그래도 골을 넣고는 좋다고 펄쩍펄쩍 뛰며 웃는 모습은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로우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에이스를 바라봤다.
“어?”
“흠.”
역시나 체육시간에 열심히 뛰어다니던 에이스는 몇 번째일지 모를 땅과의 인사를 했다. 이번엔 다행히 뒤에서 사보가 잡아줘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팔뚝이 쓸려 피가 새어나왔기에 잠시 허락을 맡고 양호실로 향했는데.
“어....쌤은 출장?”
“그래. 넌 어째 상처를 안 달고 다니는 날이 없냐.”
수업시간임에도 양호실에 앉아있는 로우의 모습에 에이스는 저번처럼 선생님이 출장이냐 물으며 로우 쪽으로 다가가 팔을 내밀었다. 로우는 자연스럽게 구급상자를 옆에 놓고 맞은편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아 에이스의 팔을 붙잡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깊게 입은 상처는 아니고 넓은 면적으로 쓸린 상처였기 때문에 로우는 피를 닦아내고 소독 후 약을 바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약이 다 스며질 때까지는 되도록 팔을 쓰지 마라.”
“예- 의사선생님.”
로우는 구급상자를 제자리에 옮기며 에이스의 대답에 푸핫, 웃었다. 다시 에이스 쪽으로 되돌아온 로우는 문득 에이스의 얼굴에 돌에 긁힌 듯 나있는 상처를 발견했다.
다시 약을 가져오기는 귀찮고. 로우는 종이에 이제 외어버린 에이스의 학번과 이름을 적으며 엄지손가락에 침을 묻혀 볼에 있는 에이스의 상처를 쓸었다.
“어....”
“......”
예상치 못한 로우의 행동에 에이스는 잠시 벙쪄있다가 곧 얼굴을 붉혔고 로우는 에이스의 반응에 당황해 볼에서 손을 떼지도 못하고 그저 에이스를 바라봤다.
바깥 운동장에서 나는 아이들의 소음과 바람소리, 복도를 지나가는 다른 선생님의 발소리도 에이스와 로우 사이를 꿰뚫진 못했다.
서로 귀 끝이 불에 닿은 듯 발갛게 되어 눈동자도 미처 굴리지 못하고 서로를 서로의 눈에 담고 있을때, 문득 정신을 차린 듯 로우가 볼에 닿아있는 손을 움직여 에이스의 턱을 잡았다.
“너, 저번에 나보고 잘생겼다고 했지.”
“...어...? 어...어어...”
“잘생긴 놈하고 연애 한번 해보는 건 어떠냐.”
“............”
“.................”
“.......풋.”
“...왜....뭐.”
“푸하하하하핫!!!! 쌍팔년도 고백이냐 그건!!!!!”
“여기서 더 웃으면 네 목을 이대로 꺾어버릴거다.”
“하하...... 알았어. 그러니까 그런 소름끼치는 말 표정변화 하나 없이 말하지마.”
에이스는 자신의 목을 가볍게 잡고 있는 로우의 손을 잡고 내린 다음 일어섰다. 에이스의 귀 끝은 여전히 붉었고 로우 또한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귀걸이가 걸려있는 귓불이 새빨개진 채였다.
에이스는 로우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꼼지락 움직여 깍지를 꼈다. 로우가 대답은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고 눈빛으로 말하자 에이스는 씩 웃으며 답했다.
“그럼 앞으로 내 상처는 평생 네가 치료해주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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