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에이]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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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이스는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가 해적이었기 때문에 해적이 아닌 해군을 목표로 함. 사보가 사고를 당한 건 변함이 없음. 루피와는 길이 다르지만 둘은 그래도 서로 도와가며 훈련함. 에이스가 17살 때 거프가 이제 해군본부로 가자며 에이스 데리고 감.
에이스는 거프 밑에서 훈련을 시작함. 주위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거프는 걍 웃으며 넘김. 에이스가 로저의 자식이라는 건 진짜 고위 사람들만 알고 있음.
2.
시간이 지나고 어려서부터 계속 훈련해왔던 에이스이기에 금세 쑥쑥 성장함. 운 좋게 얻은 이글이글 열매도 먹어 해적 퇴치에 큰 공도 세워 어린 나이에 대령이란 칭호를 얻음.
“대령님, 계십니까?”
에이스의 부하 중 하나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음. 설마하며 문을 열자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옴. 부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거프가 무슨일이냐고 물음.
“아, 중장님. 에이스 대령님이 또 도망치셔서...오늘 확인해주셔야 할 서류가 이렇게 많은데...!! 어쩌죠?”
거프는 호탕하게 웃더니 조금만 기다리라함. 그리고 진짜 조금 뒤에 일반 병사차림의 에이스가 입을 비쭉 내놓은 채로 거프에게 질질 끌려옴.
“아, 할배. 내 발로 간다니까.”
“어딜.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느냐?”
“대령니이이임!!!!!!!!”
“이크...”
부하는 에이스의 바지자락에 매달려 눈물콧물 뺌. 거프는 수고하라며 손 흔들고 가버리고 에이스는 다리에 매달린 부하를 질질 끌고는 방 안으로 들어감.
“대령니이임. 대령님이 안해주시면 혼나는 건 저라고요. 이 옷은 또 뭐에요?!?!!”
“차라리 전투를 나가라고 해줘...서류들 보면 잠 온다고.”
“안돼요. 다 하실때까지 지켜볼겁니다.”
“그거 엄청 부담스럽거든. 할 일 없냐?”
“네.”
에이스는 툴툴 거리다가 곧 체념한 듯 책상앞에 주저앉고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체크해가기 시작함.
3.
워낙 서류의 양이 많아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을때 조용히 서류를 보던 에이스가 갑자기 덜컹거리며 일어남.
“...? 대령님?”
“......이거...”
“예? 무슨 문제 있습니까?”
에이스가 가리킨 건 혁명군에 관련된 자료였음. 그리고 에이스의 손은 정확히 사보, 라는 이름을 짚고있었음.
“그게 왜요?”
“정....확한 자료야 이거..?”
“네, 뭐. 위에서 내린 서류니까요. 그나저나 나머지 서류들은 다 정리하신 거 맞죠? 들고갑니다.”
“어..어어, 이건 빼고.”
에이스는 혁명군에 관련된 서류를 한곳으로 뺐고 부하는 나머지 서류들을 품에 가득 안은 채 꾸벅 인사하곤 에이스의 방에서 나감.
에이스는 창틀에 앉아 그 이름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음.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겠지, 그저 우연이겠지, 별 거 아니야.라고 생각을 해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음. 에이스는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활짝 염. 바다 냄새가 방 안에 가득 몰아쳤을 때 거프가 문을 두드리며 집에 돌아가자 말함. 에이스는 잠시 가만히 있다 알았다며 나머지 서류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사보의 이름이 적힌 종이만 접어 주머니에 넣은 후 방을 뒤로 함.
4.
“할배.”
“음? 뭐냐.”
“물어볼 게 있어.”
밥을 먹고 휴식하던 거프에게 에이스는 아까의 서류를 보여줌. 거프는 에이스가 서류를 집으로 가져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웃었지만 진지한 에이스의 표정에 곧 웃음을 멈추고 뭐냐며 물어옴.
“이 사보란 이름. 정확한거야?”
“아아, 그거였나. 너라면 물어볼 것 같았지. 보자...그 때 그 아이 이름도 사보였었지 아마?”
거프는 잠시 예전일을 회상하는 듯 하더니 곧 확실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혁명군 쪽에서 꽤나 실력이 좋은 자라고 하더군. 곧 좋은 자리를 하나 꿰찰 것 같다는 것도 같고. 하지만 나도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본다고 해봤자 기억할 수도 없겠지만!”
거프는 그리 말하곤 다시 전병을 으드득 씹으며 고개를 돌림. 에이스는 가만히 서서 종이위의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봄. 이름을 눈에 새기려는 듯이.
5.
“다녀올게.”
에이스는 다음 날 해군 본부에 가자마자 센고쿠에게 찾아가 혁명군에 대해 단독으로 조사하고 싶다고 함. 처음엔 안된다고 했지만 그냥 조용히 보기만 하고 올거라면서 막 난리피우고 땡깡부려서 머리가 아파진 센고쿠는 결국 허락해주며 에이스를 방에서 내보냄.
해군선이 아닌 에이스만의 전용 배를 타자 여기저기서 걱정의 말이 들려옴. 대령님 혼자보냈다가 바다에 빠지면 어떡하냐는 말 부터 먹을거 꼭 잘 챙겨드시라며 고기를 잔뜩 주려는 애들도 있었음.
“너희들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는거야...?”
에이스는 부하들을 진정시키고 겨우 바다로 나갈 수 있었음. 날씨는 맑았고 바다는 잔잔했으며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정의란 글씨가 적힌 망토가 휘날렸음.
6.
에이스는 저녁을 먹으면서 동시에 거리를 보며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봄. 분명 이 섬에 최근 혁명군 일부가 내렸다고 했지만 전혀 보이질 않았기 때문임. 내 옷 때문에 몸을 사리는 건가. 에이스는 잔뜩 한숨만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남. 식당 주인이 따라나와 식비는 어떻게 할거냐고 묻기에 해군 본부에 달아두라고 말하곤 유유히 숙소로 들어감.
이 지부의 해군쪽에서 숙소를 제공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런건 싫다며 거절한 에이스는 마을 변두리의 작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었음. 옷을 갈아입곤 서류를 짚으며 돌아가야하나 생각하다 머리가 아파져 방에 조그맣게 딸린 베란다로 나감. 그리고 잡념을 없애려는 듯 능력을 사용해 멍하니 불꽃들을 공중에 띄우며 있었음.
“와, 신기한데. 어떻게 하는거야, 그거?”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알아볼 정도의 금발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 그는 에이스의 능력이 신기했는지 베란다 펜스에 기대 몸을 이쪽으로 한껏 빼고있었음.
“마법인가? 아님 악마의 능력이야?”
에이스는 한번 코웃음치고 그의 쪽으로 불꽃을 만들어 냄. 그러다 불꽃에 비친 그의 얼굴을 보고 그대로 손을 멈춤. 불꽃이 사라지자 어둠이 주위를 감싸 그의 얼굴이 다시 보이지 않았음.
“.....너...”
“...?”
에이스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그의 숙소쪽에서 우당탕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밖으로 나와 큰 소리로 소리침.
“사보!!! 큰일이야!!!! 해군 대령 에이스가 바로 옆 방에 있대!!!!”
에이스도 사보도 그 사람도 서로를 바라본 채 행동을 멈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에이스가 황급히 사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아까 그 놈이 더 빨라 사보를 데리고 도망감. 에이스는 급히 옆 방으로 넘어갔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7.
“에이스씨! 좋은 아침이에요.”
에이스는 해군 망토를 펄럭이며 걸어가고 있었음. 마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 건네고 에이스는 미소로 화답해주며 어제 그 놈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봄.
“금발머리라...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오빠오빠!! 나 아라!! 봐써!!”
문 뒤에서 앳된 소녀의 얼굴이 톡 튀어나와 에이스의 손을 이끔. 소녀의 엄마는 무례하다고했지만 에이스가 괜찮다고 무사히 돌려보내겠다고 말하곤 소녀와 같이 걸어감.
“섬 끄테서 봐써! 막 킁소리내면서 싸우고 이떠떠!”
“그래? 어딘지 손으로 가리켜줄래?”
“쩌어기 쩌어기!!!”
에이스는 소녀를 안아들고 소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어감. 작게 우거진 숲을 헤치자 텅 빈 모래사장이 나옴. 정확히 말하면 배 한 대가 정착되어 있는 모래사장.
“쪼기! 쩌 금발 오빠 맞아?”
“응, 아마도.”
소녀는 목소리를 낮췄고 에이스 역시 풀 숲 뒤에서 숨어서 그들을 살핌. 어제 본 금발머리의 녀석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배에 물건을 싣고있었음.
에이스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엿듣다 다시 소녀를 안아들고 소녀의 집에 데려가 소녀를 내려둠.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주인에게 부탁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완전히 가린다음 마을 광장에 들어가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광장을 훑어봄.
“빙고.”
에이스는 씨익 웃으며 신문을 놔두곤 자리에서 일어났음.
8.
“조용히 해. 네 동료를 부를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에이스는 사보의 뒤로 돌아가 몰래 속삭임. 사보도 에이스의 존재를 알았는지 별다를 저항없이 조용했음.
“별로 일 크게 벌이고 싶진 않고, 잠시 얘기만 나누자고. 따라와.”
에이스는 앞서 걸어갔고 사보는 천천히 에이스 뒤를 따라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산 속에 들어갔을때 에이스는 그제야 얼굴을 가리고있던 후드를 벗음. 그리곤 손을 까닥여 얼굴을 보이라는 손짓을 함.
사보는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후드를 벗었고 에이스를 바라봄. 마침내 사보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고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아 무표정이던 에이스의 눈이 점점 커짐.
“하...거짓말...”
시간이 많이 흘러 어릴 적과 외모는 많이 차이났지만 틀림없는 그였음. 여전히 동그란 눈이나 입이나 코나, 머리카락도. 에이스가 기억하던 그 모양이었음.
“진짜...사보...?”
9.
충격에 말까지 더듬는 에이스에 비해 사보는 침착하게 에이스를 바라보고 있었음. 에이스가 머리를 짚으며 이건 꿈이냐...라고 하며 다시 한번 사보의 이름을 불렀을 때 사보가 입을 염.
“왜 내 이름을 알고있지? 나한테 하고싶은 말이 뭔데? 해군 대령 포트거스 D 에이스.”
“뭐...?”
에이스는 순간 벙찜. 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농담은 재미없거든...? 설마 너 내가 해군이라고..…”
“아까부터 친한 척인데 그만하지 그래.”
이런 망할. 에이스의 입에서 욕이 툭 튀어나오고 눈 깜짝할 새 사보의 멱살을 쥐고 있었음. 사보는 당황한 눈치였고 에이스는 겉잡을 수 없이 화가 난 상태였음.
“뭐? 친한 척?!?!! 네가 사라지고, 죽어버렸단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나는 지금까지도 널 구하러가지 못해서 후회속에 살았다고!!! 근데 뭐?!?!! 친한 척?!?!?! 그 잘난 혁명군에 들어가서 나나 루피나 기억 속에서 잊기로 했나보지?!?!!”
에이스는 씩씩 거리다가 순간 사보의 표정을 보고 숨을 멈춤.
“너...설마....”
“.....”
“기억을 못하는거냐....그때의 일을....?”
10.
사보는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에이스의 손을 떼어둠. 잠시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던 사보는 깊게 한숨 쉬고 말을 이음.
“이봐, 너 나랑 과거에 뭔가 연관이 있었나본데. 그래, 맞아. 10살 전의 기억은 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내 잃어버린 과거 속의 한 사람이라면 별로 기억하고 싶진 않네. 너는....”
사보는 말을 멈춤. 에이스는 우는 소리 하나 없이 눈물 흘리고 있었음. 사보가 당황해서 말도 마저 못하고 눈만 깜빡거리면서 에이스를 바라보자 에이스는 그제야 자신이 울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음.
“젠장 쪽팔리게...!!”
에이스는 소매로 눈 주위를 북북 닦았음. 순간 사보의 시야가 크게 흔들리고 잠시동안 기억도 안 나는 그의 어릴 적 모습이 겹쳐보임. 잃어버린 과거 속에서, 그가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운 적이 있었던 것 같았음. 사보는 본능적으로 에이스를 끌어당겨 품에 안음.
“...뭐야.”
“….......나도 몰라. 그냥...울지마.”
“....나쁜 새끼.”
에이스는 결국 사보를 두팔로 꽉 안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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