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사보에이
[사보에이] 언제라도 너의 모습을 찾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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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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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의 사람이 시야에 불쑥 들어왔다, 사라졌다. 급히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나는 홀린 듯 그 사람을 뒤쫓아갔고 겨우 손을 뻗어 그를 돌려 세웠을 때 난 그저 사람을 잘못 봤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에이스 대장께서는 오늘도 무고한 사람을 붙잡았다지?”
“으응...항딩망 숭강정응롱...”
“다 먹고 말혀, 다 먹고.”
내 맞은 편에 앉은 마르코는 밥풀이 잔뜩 붙은 자신의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한 번에 볼에 가득 찬 음식을 삼켰고 옆의 삿치는 그런 내가 재밌다는 듯 크게 웃어 젖혔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비슷해 보였단 말이야.”
“금발에 짧은 머리랬나? 그 네 팔에 새겨진 그 사람.”
삿치는 한 손으로 턱을 받히곤 나머지 한 손으로 내 팔에 새겨진 문신을 가리켰다.
“어릴 적엔. 만약...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었더라면 머리를 길렀을지도"
나는 들고 있는 수저로 접시를 얕게 긁었다. 하얀 접시 위에 사보의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가 사라졌다. 삿치는 금발 머리란 이유로 무고한 사람 무서운 얼굴로 붙잡지 말라며 내 등을 팡팡 두드렸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나는 갑판 위로 나와 달빛에 비쳐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봤다.
시도 때도 없이 네가 생각났다. 단 한시라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내 실수와 잘못된 판단이 너를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런 너를 나는 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정말 깜짝놀랐다니깐. 전혀 네가 아니었는데도 왜 너라고 생각했던걸까”
오늘 내가 붙잡은 사람은 분위기랄까, 무언가가 너와 비슷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내가 붙잡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금세 도망쳐버리긴 했지만.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손을 움직여 자그만 불씨를 만들어 공중에 띄워 보냈다. 작은 불씨 안에서 너와 보냈던 추억들이 하나하나 보였다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네가 죽은 건 이미 알고 있는데 왜 여전히 난 네 모습을 찾으려 하는 걸까. 머릿속으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선 항상 네 모습을 찾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 무의식적으로 나는 네가 살아있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
고개를 올리고 별이 쏟아져 내릴듯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맑았다. 구름 하나 없어 동그란 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이 그대로 나를 밝혔다.
“조금만 더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 꿈과 네 꿈을 이루고 갈 테니까. 그리고 동생녀석도 지켜봐줘야하고. 안 그래?”
마치 네가 대답을 하듯 바닷바람이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
너와 나는 숲 속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또 달려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을 때 나뭇잎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였고 나는 점점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너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갔고 나는 잡히지 않는 네 뒷모습을 허무하게 움켜쥐려고 노력했다. 결국 숲 속을 벗어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달려나가던 너는 그대로 절벽 밑으로 떨어졌고 나는 허무하게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네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에이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네 이름을 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얼굴을 감싸 쥐고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숨을 내쉬었다.
흠뻑 젖은 몸을 식히려 침대에서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곤 손바닥을 쫘악 펴 작은 불씨를 만들어냈다. 금세 불씨들이 늘어나 내 주위를 감싸며 온 몸이 따듯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있으면 마치 네가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에서 일렁이는 불꽃들 속에 네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나는 불씨를 더 늘려 내 몸이 불꽃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금세 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오직 네가 느꼈었던, 네가 무수히 많은 느꼈을 그 감각만이 남아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네 모습을 겨우 이런 거에서만 찾는 내가 한심스러웠지만 이것만이 유일하게 너를 느낄 수 있는 도구였다. 좀 더 너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팔을 움직여 불길로 가득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나는 항상 너의 모습을 내 안에서 찾고 있었다. 그저, 네가 너무 그리울 뿐이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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