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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에이]짝사랑

·. 2015. 9. 25. 11:52

“아 사보오오~”

 

나는 수저를 힘 있게 내려놨다. 그에 잠깐 움찔하던 너는 다시 나에게 졸라댔기 시작했고 난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너 그애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며...하며 밥 먹는 것도 포기하고 나에게 매달리기 시작한 너를 보며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모른 척 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알았으니 밥이나 먹어.”

“진짜?!? 진짜지??? 내 친구 사보 짱이다!!!!!”

 

너는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지르곤 다 식은 밥을 목구멍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뻐하는 널 보면 나는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가진 않았으면 했지만 동시에 나와 같은 길을 가며 나란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했고 이런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 난 씁쓸히 웃음 지었다.

 

 

 

단순한 거였다. 그저 너는 내 동기여자친구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소개시켜달라는 것. 학교 내에서 흔히 소개팅은 많이 일어났으며 학교CC또한 많았기에 소개시켜주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하지만.

 

“내가 널 좋아한다면 다르겠지.....”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멍청한 날 자책했다. 내가 증오스러웠다. 내가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네가 너무 좋았다. 그래, 너는 그 여자와 네가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했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나는 너와 내가 운명적인 사랑을 할 거라고 믿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이렇게 비참해질 거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텐데. 너와 그 여자애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으며 나에게 인사한다면. 네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그 여자애를 바라본다면. 그때 도대체 나는 어떤 눈을 하고 있을까.

 

 

 

난 평소와 같이 너와 점심을 먹고 다시 각자의 수업으로 들어가기 전이었다. 너는 평소의 너대로 나에게 장난치며 웃고 떠들고 놀았었지만 헤어지기 바로 직전 미묘하게 태도가 바뀐 널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모른 척 했고 너는 겸연쩍게 웃더니 수업 잘 받으란 말과 함께 멀어져갔다. 점점 작아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난 몰려오는 수치심에 주저앉아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얼마나, 얼마나 이기적인 걸까 난. 스스로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항상 너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그거라면 항상 난 뒤에 있어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한 주제에. 너만 보면 욕심이 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너만 보면 항상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앞섰고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더라면 내가 고백했을 때 네가 받아줬을까.

 

“여기서 뭐하냐, 사보야.”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같은 수업을 듣는 로우와, 그리고 에이스의 그녀가 있었다.

 

“둘이 같이 오네, 안녕.”

“요앞에서 마주쳐서. 그나저나 사보 어디 아파?”

 

걱정스레 물어오는 그녀에게 난 힘겹게 웃어줬다. 그래, 이렇게 착한 아인데.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그녀 또한 웃으며 내 눈을 마주봤다.

여기서 더 끌다간 아무잘못 없는 이애까지 미워하게 될 거야. 미워하는 건 나 하나로 족해. 내가 잘못하는 거니까...내가 잘못된 거니까.

 

“너 남자소개 받을래?”

“엉??남소??”

“호오. 누구?”

“로우 너도 아는 사람.”

“나와 네가 아는 사람이면 에이스말고 더 있나. 튤립일리는 없을 테고.”

“하하...내 인간관계를 그렇게 좁게보고있었단말이야?”

 

나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쭈구려앉아있던 탓에 쥐가 났던 다리를 한번 털어준다음 로우와 그녀와 함께 수업을 들으러 발을 움직였다. 그녀는 내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나도 이상하리만큼 냉정해졌다.

 

 

 

Rrrrr....

핸드폰에 네 이름이 뜨자마자 바로 손을 뻗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귀에 대자마자 들려오는 건 신나서 소리 지르는 네 목소리였고 나는 눈을 내리깔며 하하 웃었다.

 

“사보오오오!!!고맙다 짜식!!!! 내가 한턱 쏠게!!!”

“그럴만한 돈은 있냐,”

 

수업이 끝나고 그녀에게 너의 전화번호를 넘겨주었고 아마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한거겠지. 너는 한참동안 그녀와 한 얘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더니 처음 만나는 건 긴장된다며 내가 같이 나와 줬으면 한다며 부탁했다. 저녁을 먹자는 그녀의 말에 잘 아는 고기집이 있다며 거기서 약속을 잡았다는 너의 말에 나는 참지 못하고 그만 크게 웃어버렸다. 도대체 고기 집에서 소개팅을 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너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웃었고 너는 자신이 혹시 뭐 잘못했냐며 물어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고 너는 그럼 내일 꼭 나와 달란 소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손안에 든 끊겨진 전화기를 보며 나는 미소짓고있다가 순간 몰려오는 통증에 소파위로 웅크렸다. 방금도 고기 집에서 만나는 사람이 어딨냐며 웃고는 너에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 은연중에 그녀가 고기 집에서 만나자는 널 보고는 정이 떨어지길 바랬던게 아닐까. 그래서 네가 장소를 못 바꾸도록 그렇게 아무일도 아니라고 말한게 아닐까.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너에 대한 사랑이 큰걸 확인한 나는 목 안쪽에서 밀려오는 울음을 참지 않고 뱉었다.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너와 그녀가 정말 사귀 귀라도 한다면, 네가 그녀와 뭔 일을 했는지 나한테 말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도 난 정말 버틸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한참을 소파에 웅크려선 사랑에 빠진 뜨거운 눈물을 흘려댔다.

 

 

 

 

“솔직히 고기 집에서 만나자기에 처음엔 망설였지. 고기집하면 술도 저절로 딸려오는거잖아? 그래서 설마 얘가 날 어떻게 할 작정인가? 하고 말이야!”

 

그녀의 말에 너는 푸하하 웃으며 손을 내저었고 그녀 또한 만나보니 그냥 고기가 좋은 거였구나, 하면서 마주 웃었다. 그 사이에 있는 나 역시 웃어보였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생각보다 그녀는 훨씬 더 착했고 매력 있었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좋은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적당히 빠져줘야하는걸 느꼈지만 그러기 싫었다. 그래, 마지막이니까. 정말 이번으로 끝이야. 이번만 내 고집대로하고 다음엔 정말 네 친한친구로써,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너의 친구로서 곁에 있을 거니까.

 

“야 너 주량 넘은 것 같은데...?”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술을 잘 먹는다는 그녀의 말에 그때부터 술을 시켜 한잔두잔 들이키기 시작했고 나는 평소와 다르겐 꽤나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켰다. 오늘따라 술이 너무 달았다. 아마 새까맣게 타버린 내 마음속에 이렇게 단것을 넣어버리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하며. 멈추지 않고 계속 들이부었다. 평소 같이 자주 술을 마시는 너는 내 주량을 잘 알고 있었고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난 경사스러운 날엔 이렇게 마셔줘야한다며 오히려 너에게 술을 따랐고 너는 나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봤다.

 

“괜찮아, 괜찮아. 기쁜 날이잖아?”

“너 숙취 엄청 심하잖냐 임마.”

 

그렇게 나를 잘 아는 너는 왜 앞의 여자와 사귀려는 건데. 그렇게 나를 잘 알면서 왜 내 마음은 몰라. 왜 이렇게 잘해줘서 끊임없이 내가 기대하게 만드는 거냐. 에이스, 좋아해. 정말 좋아해. 진짜 정말...너무 급하게 마셔버린 술이 이제와 올라와 나는 없어지는 의식사이로 너를 좋아한다며 수없이 말했고 아마 그 중 한개는 실제로 말을 한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깨질 듯 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놀라 화들짝 일어나니 어제 입은 옷은 벗겨져있고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고 침대 헤드 옆에는 숙취해소 음료수가 놓여져있었다. 누가 봐도 네가 날 부축해 집에 놔두고 간거임을 알고 난 얼굴을 붉혔다. 내가 너를 집에 데리고 가준 적은 많아도 네가 나를 데리고 온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내가 어제 얼마나 추태를 부린 건지 알 수 있었고 나는 온몸이 달아올라 숙취해소 음료수를 따 원샷했다. 나름 챙긴답시고 음료수를 놓은 것까진 좋았는데 밖에 놔두는 바람에 미지근해진걸 목구멍 속으로 넘기면서 역시 너라고 생각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여니 몇 개의 부재중통화가 와 있었다. 하나는 너였고 나머지는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였다. 메세지함으로 넘어가보니 너에게선 몸 잘 챙기라는 짤막한 문자하나 와 있었고 그녀에게선 일어나자마 연락해달란 문자가 와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났던 걸까, 생각하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자 몇 번의 신호음이 가기도전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아, 사보? 일어났어? 속은 괜찮아?”

“어, 응. 그나저나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

“응...그게...혹시 지금 나올 수 있어? 전화로 얘기하긴 힘들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내키진 않았지만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선 몸을 씻고 그녀가 알려준 장소로 나갔다. 그녀는 이미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를 보고 웃었지만 왠지 어색한 미소였다. 그녀는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심하게 뜸을 들이는 그녀 때문에 점점 짜증이 치솟아오를때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사보, 에이스 좋아하지?”

“....뭐?”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잠시 내 눈을 마주보고 있다 내 눈을 피하곤 말을 이었다.

 

“어제, 네가 에이스한테 좋아한다고 했어. 몇 번이나. 에이스는 친구로서 네가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며 웃어넘겼었는데 조금 뒤에 네가 우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거든.”

 

미친. 망했다. 어제 그 생각들이 기어코 입 밖으로 새어나갔단 말이야? 그것도 울면서? 미쳤구나. 나, 미쳤어.

당황해서 얼은 상태로 그녀의 말을 계속 듣고 있는데 돌연 그녀가 갑자기 일어났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에이스한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어. 에이스가 사귀자면 오케이할 정도로. 근데 그건 아닌 것 같아. 에이스는 끝까지 네가 헛소리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난 네가 헛소리하는 거라고 생각안해. 진심이었지 사보?”

“.....”

 

나는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뜸 고백해, 라고 말했다.

 

“뭐...?”

“고백해, 에이스한테. 제대로. 에이스한테 들은 바론 15년 넘게 친구였다며. 1년 전에 좋아했다 고해도 나보다 좋아한 게 먼저잖아. 난 다른 사람 마음 짓밟으면서까지 에이스랑 잘되고 싶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려줄수도 없어. 그러니까 고백해, 사보.”

“아....”

“내가 나쁜 말 하고있는거알아. 알지만 난 사보 너를 위해서도 이 말하고 있는 거야. 에이스도 어렴풋이 눈치 챈 마당에 없던 일로 하고 덮어버리면 나나 에이스나,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제일 괴로울 거야. 그러니까...”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의 신음을 뱉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니. 에이스에게 고백하는 거, 별거 아냐. 에이스는 그런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날 배려해주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말 안한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에이스와 친구인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아서야. 나는 친구인 에이스마저 잃어버리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그러니까...

 

“사보, 망설이지 마. 에이스가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그녀는 나지막하게 내뱉었고 나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여기서 내가 덮어버리고 간다면 그녀는 에이스와 사귀게 될 것이고 난 이때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철저히 내 마음을 숨기겠지. 하지만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그녀는? 에이스 너는?

 

“응...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힘내”

 

 

나는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너에게 전화를 걸면서 너의 집으로 뛰어갔다. 전화를 받은 너에게 나는 헐떡이며 집 앞에 나와 달라고 부탁했고 내가 온 몸을 땀으로 적시며 너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짓고있는 너를 보았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턱으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훑자 네가 들어와서 물이라도 마시라며 날 네 집으로 들였다. 집으로 들어서며 너의 친동생이기도하며 나의 동생이기도 마찬가지인 루피를 찾았으나 곧 친구의 집에 놀러갔단 말을 하며 물을 건네주는 너에게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물을 마시고 땀도 말라기기 시작했을 때 무작정 찾아오긴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나, 하며 곰곰이 생각하는데 돌연 네가 헛기침을 해 나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사실 내가 먼저 보자고할렸는데 너한테 먼저 연락 와서 놀랐다 야”

“....”

“음....네가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보고 이렇게 보자고 헐레벌떡 뛰어온 거보면 기억하고 있다는 거겠지.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나는 초조했다. 네 입에서 금방이라도 싫다고, 당장 눈앞에서 꺼지란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나는 몰려오는 긴장감에 다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다 장난인줄, 그냥 평소에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렇게 슬프게 우는 넌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결심했어, 내가 모른척하면 비겁한 놈이 되는 거라고.”

“에이스...!! 난...!”

 

목이 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자 너는 내 말을 기다리는 듯 나에게서 약간 시선을 내린 채로 굳은 입매로 가만히,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입에 풀칠이라도 한 듯 떨어지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떨어트렸다. 역시 난 너와의 관계를 잃어버리기 싫다. 나는 고백함으로써 너와의 관계가 멀어져버리는게 평생 고백을 안하는 것보다 더 괴로울 거다. 이기적인거라해도 상관없어, 그만큼 내게 너라는 존재는. 너무 소중해....

 

“에이스, 그 애랑 사귀어.”

“.........사보.”

 

에이스는 내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너무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야. 내가 그 말을 한다 고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난 너와 이렇게 계속 지내고 싶어. 이기적인 거 알아, 하지만 내가...”

“알았어, 사보. 알겠으니까 그만 말해.”

 

에이스는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에이스, 난 이렇게 나쁜 사람이야. 결국 하지 못한 고백 때문에 너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나를 마음속에 품고 다니겠지. 그렇게라도 내가 네 마음속에 조금만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난 나쁜 사람이 되겠어. 아니, 될 수밖에 없어.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부탁 들어줄 수 있어?”

“뭔데?"

“들어준다고....약속해줘.”

 

에이스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나는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피고 손을 들어 네 뒷머리에 갖다 댔다. 에이스, 이렇게 이기적인 날 용서해달란 소리는 하지 않을게

 

“.....!!”

 

그리고 손에 힘을 줘 그대로 이때까지 그토록 원해왔던 네 부드러운 입술을 그대로 먹어버렸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당황한 너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다가 안으로 들여보내달란 뜻으로 뒷머리를 강하게 눌렀다. 작게 열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그토록 원하던 네 모든 것을 핥고 빨아들였다. 그래도 부족했기에 나는 다른 한손을 내려 네 허리께를 잡고 나에게로 끌어당겨 더욱 깊게 널 탐했다. 이보다 행복할 수 없었다. 평생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점점 숨이 차는걸 느껴 네 몸은 여전히 내 품에 가둔 채로 고개만 살짝 뒤로빼 사랑스러운 눈으로 너를 바라봤다. 내 욕망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네가 허겁지겁 가쁜 숨을 토해내는걸 보고 순간 망치로 크게 머릴 얻어맞은 듯 했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 그대로 미안하다, 라는 말만 내뱉고는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

 

계속 뛰어 네 소리가 안들릴때까지, 네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난 뛰고 뛰었다. 호흡이 가팔라 산소가 턱 끝에서 멈춰버리고 결국 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멈춰서야만했다. 벽에 손을 집고 숨을 고르니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의 움직임에 맞춰 눈물도 함께 떨어졌다.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무엇을 되돌릴 수 없는지 말하고 있는 내 자신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히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

 

이제 좀 해피해피한 사보에이를 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