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에이]장난
-
오늘도 였다. 트라팔가 녀석은 특유의 걸음걸이로 내 옆에 와 있었고 나는 그런 녀석을 귀찮다는 눈길로 봐주었다.
“여, 포트거스야. 오늘도 예쁘군”
이 녀석은 항상 이랬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런 소리를 하더니 같은 대학에 올라갔을 때 잘됐다며 이 녀석에게 달려갔을 때도 이런 소리를 했고 성인이 된 기념으로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왕창 먹을 때도 이런 소리를 했다. 도대체, 이놈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건지.
“하늘이 말이야”
“아아-알겠다고 알겠어!!!! 안 지겹냐!!!”
“지겹긴”
트라팔가 녀석은 씨익 웃어보였고 나는 그런 녀석의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캠퍼스 내 폭력 왕이 되고 싶진 않았기에 참고 그저 앞으로 걸어갔다.
누가 저놈 썰렁 개그 좀 고쳐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어이, 포트거스야. 좋아한다”
...아마 내 얼굴은 썩을 대로 썩어있겠지.
중간의 수업이 교수님 사정으로 공강이 되는 바람에 2시간이 비어버린 나는 동아리방에서 한숨 잘까하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 난 평범하게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중간에 여자후배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이 학교를 말이야”
저걸 진짜 죽일 수도 없고. 나야 3년 정도 들으며 익숙해졌다지만 이 여자후배들한텐 어떻게 설명할 건데? 물론 농담인건 알 테지만 벌써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잖아!!!!!
“하하.....선배 저흰 이제 가볼게요!!”
“어....자..잠시만!!!”
여자아이들은 잡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저 멀리서 쑥덕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다. 미치겠네. 아냐, 그래도 뒤 말을 들었으니까 이상한 소문 퍼트리고 다니진 않겠지? 그래, 소문이 퍼지는 게 이상한거지. 그래, 다 괜찮아.
“어디 가냐”
“.....내가 진짜 너 땜에 못살겠다!!!! 내가 그것 좀 그만하라고 했지?!?!!!개새끼야!!!”
“이때까진 신경도 안 쓰더니 갑자기 왜 그러냐”
“애들 있잖아 애들!!! 하고 싶으면 사람 없을 때 하라고!!!아오 답답한 새끼!!!!”
트라팔가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거리를 줄여서 나에게 바짝 붙었다. 한창 화내고 있는데 갑자기 치고 들어온 트라팔가 때문에 잠시 움찔하자 갑자기 이놈이 내 손목을 낚아채 자신의 쪽으로 날 끌어당겼다.
“그래, 좋아한다고”
“무.....무슨 짓이야 미친놈아!!!!”
나는 당황해 트라팔가의 가슴을 있는 힘껏 쳐버렸고 트라팔가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더니 결국 땅에 쿵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대자로 뻗어선 움직임도 없는 녀석에 갑자기 불안해진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 눈을 감고 있는 트라팔가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설마 뇌진탕인가??? 이대로 나 살인범이 되는 건가???
“난 정말 이 학교가 좋아”
“아오씨!!!!! 놀랬잖아 미친놈아!!”
번뜩 눈을 뜨고 말하는 놈 때문에 이번엔 내가 뒤로 자빠졌고 트라팔가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 나를 보며 웃었다. 그리곤 곧 자리에서 일어나 흙먼지를 턴 다음 유유히 손을 흔들며 건물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땅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로 그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 진짜 짜증나 죽겠다니까!!! 지겨워 죽겠어!!”
내 불평에 소파에 기대 책을 읽고 있던 사보는 하하, 웃었다. 사보, 웃을게 아니야...하며 사보 옆에 앉자 사보는 내 머릴 토닥여줬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말라며 그냥 넘기라며 말해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던 사보는 문득 생각난 듯 자신의 손뼉을 부딪치는 대신 내 머리를 쾅, 하고 내리쳤다.
“악!!!”
“아 미안”
“우씨....그나저나 갑자기 왜?”
“로우가 계속 그러면 너도 그러는 게 어때? 걔도 당해보면 알겠지"
“나도 그러라고...?”
사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라면서 환호성을 내질렀고 밤중에 큰소리 내지 말라며 사보에게 한 대 더 얻어맞았다.
“어이~~트라팔~~가~~~!!!”
“여.”
나는 학교 내에서 트라팔가놈을 눈에 불키고 찾아다녔고 저 멀리 같은 수업을 받은 친구들과 있는 트라팔가를 발견했을 때 앞 뒤 안 가리고 그놈에게 돌진했다.
“야!!! 좋아해!!!!”
갑자기 나온 내 말에 옆의 친구들은 말을 잃고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트라팔가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고 나는 생각했던 반응과 달라 살짝 당황했다.
“어..얼라.....야, 좋아한다니까??”
“그래, 나도”
“......어? 아니아니!!!난 이 날씨가......”
“그럼 오늘부터 사귀는 걸로 하지 포트거스야”
트라팔가는 내 입을 막아버리고 그대로 나를 끌고 가버렸고 내 눈 앞에는 엄청난 표정으로 나와 트라팔가를 쳐다보고 있는 친구들이 점점 멀어져갔다.
아아.......이번에는 소문이 퍼져도 이상할거 하나도 없겠군. 망했다.
-
인터넷에서 돌아다닌 짤 바탕으로 씀.
하트랑 스페이드 해적단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