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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사보에이

[사보에이] 희망을 위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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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숨이 공기 중에서 흩어져갔다. 차가운 공기만큼 차가운 금속의 물체가 소년의 목을 힘껏 더 조였다. 소년의 발은 공중에서 뜬 채 힘껏 버둥거렸지만 금속의 물체에겐 제 아무리 발차기가 세다고해도 무용지물이었다. 소년은 어떻게든 손을 떼어놓으려 노력했지만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 점점 까맣게 변해지는 걸로 보아 제 생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걸 깨닫고 힘을 풀었다. 그러자 금속물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소년의 목을 조였고 소년은 정신을 잃기 전 이상하게 눈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어이...! 정신차려봐!!”

 

소년은 헉, 하고 급하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떴다. 차가운 공기가 소년의 목을 타고 폐로 들어오자 아까 목이 졸려 목 안쪽이 상처를 입은 건지 참을 수없는 쓰라림에 소년이 마른기침을 했다. 소년의 옆에 있는 남자는 그런 소년에게 따듯한 물을 건넸고 소년은 조심스레 물을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겨우 시야의 초점이 제대로 잡히자 소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감사합니...다...”

“......너 S는 아닌 것 같고, 더더욱 M도 아닌것 같은데. 왜 여기있었어?

”"에...? 어...이쪽으로 배치받았는데......"

 

이놈들이 일을 제대로 안하나보군, 남자는 짜증스럽게 내뱉고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걸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남자의 말에 소년은 고갤 끄덕이고 이를 악물고 일어섰지만 곧 공포와 아픔으로 다리가 휘청거려 비틀대자 남자가 혀를 차며 그런 소년의 팔을 어깨에 둘러맸다. 가까이서 보게 된 남자는 얼핏 보면 다부진 인상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아직 소년의 티를 못 벗어낸듯한 느낌이었다. 남자는 뭘 보냐는 눈빛으로 소년을 쳐다보고는 걸음을 옮겼고 소년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걸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소년은 참으로 이상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얀 눈 위에서 새빨간 불꽃이 춤추고 있었으니. 그 안에는 아까 소년의 목숨을 없애버릴 뻔 한 금속물체가 까맣게 타서 기능을 잃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고, 사보님!!!!!!!!!”

 

소년과 남자가 기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꽤나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이 맨발로 뛰쳐나와 소년의 앞에 무릎 꿇었다. 소년을 부축하던 남자는 안에서 사람이 나오자마자 역시, 라는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곤 기지 안으로 걸어갔고 사보라 불린 소년은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사람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다.

 

“아이고...사보님, 멍청한 제 부하들이 실수로 사보님을 그쪽에 보내버렸습니다...살아서 돌아오셔서 얼마나 다행인줄 모릅니다.”

“아, .저기 저 사람이 구해줬...”

“에이스가요? 잘했다 에이스. 그나저나 사보님, 얼른 상처부터 치료하시지요, 아이고, 이 귀한 몸에 상처라니....내 이 킬렉놈들을 당장이라도 다 쓸어버리겠습니다!!!”

 

어디선가 피식, 하고 비웃는 소리가 나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남자는 에이스!!라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싸우는 건 우린데 왜 로스가 난리에요?”

“에이스, 당장 들어가!!”

“예, 예-”

 

로스는 사보를 부축해 의료진이 있는 곳까지 갔고 거기서도 끊임없이 사보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해 결국 사과에 지친 사보는 그만하면 됐다며 로스를 물러가게 했다.

여기가 제일 좋은 방이라며 거듭 말하던 로스를 내쫓고 사보는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자신이 원해서 온 곳이지만 처음부터 위험한 전투에 나가겠어? 라고 안일한 생각을 했던 벌이라도 받은 건지 실수로 위험한 전투 지역 쪽으로 배정받았고 격렬한 싸움에 도망치다 적의 병사에 붙잡혔었다. 에이스라고 불린 그 남자가 나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나는... 사보는 몰려오는 공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치료는 했지만 희미하게 남은 목의 흉터를 쓸어내리던 사보는 에이스를 찾아 감사인사를 제대로 해야겠단 생각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오자마자 기지를 둘러볼새도 없이 적이 쳐들어온단 소리에 바로 전쟁터로 나갔던 탓에 사보는 길을 잃고 아까부터 비슷한 자리를 뱅뱅 돌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똑같아 보이는 복도에 좌절하고 있는데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 누군가가 사보 쪽으로 엄청난 기세로 뛰어왔다. 놀라서 길을 물어보기는커녕 옆으로 살짝 비켜섰더니 사보를 그대로 지나쳐 밑으로 내려가던 소년이 돌연 사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처음 보는 얼굴인데, 길 잃었어?”

“아...? 으....응.”

“시싯, 그럼 따라와!!”

 

엉겁결에 사보는 소년을 따라 밑으로 더 내려갔고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던 소년은 곧 앞의 철문을 힘껏 열어젖히곤 안으로 쏙 들어갔다. 사보도 뒤이어 조심스레 철문을 열자 그 안에는 높은 천장에 딱딱해 보이는 회색 식탁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시끄럽게 떠들며 식사를 받고 있었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있자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식사를 받고 있던 좀 전의 그 소년이 사보를 향해 손 흔들었고 사보가 그쪽으로 다가가자 네 식판도 받았어! 하면서 불쑥 식판을 줬다. 얼떨결에 사람들과 같이 줄 서가면서 밥을 받고 있는데 아까 그 소년이 인상 좋게 웃으며 사보에게 말을 걸었다.

 

“난 루피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처음 온 거 맞지? 상처 보아하니 오자마자 전투 다녀온 것 같네. 어디 소속인데? 아직 옷 배정 못 받았구나?”

 

어마무시하게 몰아닥치는 질문에 사보는 정신이 아찔했다. 답하려했지만 다시 사보의 팔을 잡고 끌어대는 통에 식판이 쏟아지지 않게 집중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루피가 끌어오는 대로 자리에 앉은 사보의 맞은편엔 다소 피곤해 보이는 한 사람이 이미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그 사람은 사보와 루피가 앉자 인기척에 눈을 흘긋 들었다 다시 밥 먹는데 집중했다.

 

“트랑아, 형은?”

“낸들 아나.”

“오늘 전투는 어땠어?”

“평소와 다름없었다. 아, 어떤 초짜가 우리 전투구역에 왔다는 것만 빼면.”

 

앞의 남자는 사보를 쳐다보며 말했다. 초짜라는 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 걸 깨닫고 사보는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는데도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에이스란 사람을 찾으려고 나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사보는 얼른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옆에서 루피가 다시 이름이 뭐냐고 물어왔을 때 사보라고 대충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 루피의 맞은편에 누군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에이스!!”

“루피, 네가 웬일로 이렇게 밥을 늦게 먹냐. 로우, 밥 다 먹고 잠깐 나 좀 보자.”

“간부 때문인가.”

“아아, 이 새끼들이 일처리를......어라.”

 

사보는 일어서다 말고 대각선에 앉은 남자를, 에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런 시선을 눈치 챘는지 에이스도 사보와 눈이 마주치고는 의외인 듯 말을 멈추며 사보를 바라봤다. 로우는 그러고 보니, 네가 구했다지. 하면서 사보를 쳐다봤고 루피는 뭐가? 하면서 역시 사보를 쳐다봤다. 갑자기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당황했지만 에이스를 운 좋게 만났으니 얼른 인사를 하자싶어 사보는 마저 자리에서 허겁지겁 일어났다.

 

“그땐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제대로 못했어.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까지 숙이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사보에 에이스는 당황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만 끔뻑거렸고 로우는 상황이 재밌는지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 에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에이스는 다시 사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해대는 루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손을 내저으며 그런 인사치례 필요 없다고는 하고 로우를 잡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기...!!”

“그나저나 네가 여기서 밥 먹고있는거 보면 로스가 길길이 날뛸걸. 다음번에 딴 데서 밥 먹으라고.”

 

에이스는 그길로 로우와 함께 밖으로 사라졌고 남겨진 사보는 의문만 가득 안았다. 옆의 루피는 그새 밥을 다 먹었는지 멍하니 있는 사보를 일으켜 세웠다.

다시 루피의 손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가며 이번엔 사보가 루피에게 질문했다.

 

“어.....루피? 루피맞지? 아까 에이스라는 사람하고 아는 사람이야?”

“에이스 말이야? 내 형이야! M의 대장이기도 한다고- 멋있지?”

“형?”

“아, 피는 안 섞였지만! 시시싯!!”

 

루피는 미로 같은 복도를 건너고 건너 어느 방에 도착했다. 여긴 어디냐고 묻는 사보의 말에 루피는 대답 대신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로스!!!하는 우렁찬 소리와. 방 안에 있는 로스란 사람은 아까 사보가 다쳤을 때 허겁지겁 달려와 끊임없이 사과하던, 그 사람이었다.

 

“루피 네놈!! 노크를 하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아니, 사보님?!?!!”

“헤- 역시 너 귀족병이었구나.”

“귀족병이 아니라 E다 E!!! 그렇게 천박하게 부르지 말랬지?!!!”

“그거나 그거나- 자, 사보가 식당위치도 제대로 모르더라.”

 

루피는 등을 떠밀어 로스 쪽으로 사보를 보냈다. 로스는 루피에게 잔소리하다 식당위치를 모른다는 루피의 말에 바닥에서 한 20cm정도 펄쩍 뛰더니 호들갑스럽게 사보에게 말했다.

 

“헉! 사보님, 식사를 설마 일반식당에서 하신건가요!! 제 불찰입니다!!!”

“아 제발 사과는 그만.....”

“그럼 난 가볼게. 사보, 만나서 반가웠어!!”

 

사보가 로스의 사과에 진저리치고 있을 때 루피가 다가와 사보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휘휘 휘두르고 방문 밖으로 사라졌다.

 

 

 

 

로스의 안내에 사보는 그제야 기지 안을 둘러볼 수 있었고 자신은 아까 그 일반식당이 아닌 좀 더 안쪽에 있는 규모는 조금 작지만 엄청나게 호화로운 특수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특수식당에는 어떤 사람들이 먹는 건데요?”

“네? 그야 사보님과 같은 E분들과 저희 간부들입니다.”

 

사보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일반식당에서 먹어도 되냐 물었고 로스가 기겁을 하며 말렸지만 사보는 일반식당에서 밥을 먹겠다며 고집 피웠다. E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자신이 귀족이라, 그것도 유트의 자손이라 특별취급 해주는 게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이스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한참 기지 안을 둘러보다 사보는 방에 들어왔고 낮에 누웠던 침대에 다시 누으며 꿈같던 오늘 일을 회상했다.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들어온 카네였지만 오자마자 전투에, 그것도 구역이 잘못 배정되는 바람에 죽을 뻔 했고 기적적으로 에이스에 의해 구해지고, 다시 기지로 돌아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 이젠 전투구역이 잘못 배정되지는 않겠지만 아까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사보는 로스와 돌아다니다 본 훈련장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훈련이라도 해봐야 겠다며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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